[영화서 배우는 협상학] 오디세우스를 영웅으로 만든 한 수

작성일2014/04/29 조회수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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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목마, 첫맛은 달콤하고 끝맛은 쓴 치명적인 협상 전략

빌 게이츠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을 활용해 마이크로소프트를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수십만 대군으로 밀어붙였지만 트로이의 견고하고 높은 성벽을 넘지 못한 그리스 연합군의 아가멤논. 결국 오디세우스의 책략에 따라 그리스군은 거대한 목마를 에게해 해변에 만들어 두고 모두 철수한다. 그리스군이 철군했다는 소식에 해변으로 달려 온 트로이의 프로암 왕과 파리스 왕자. 그들 눈에 들어온 것은 역병에 걸려 널브러져 있는 그리스군 시체들과 포세이돈에게 귀향길을 축복해 달라고 제물로 바쳐진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목마였다.

프로암 왕은 막강한 그리스 연합군을 격퇴했다는 벅찬 승리감과 오랜 전쟁에 지친 트로이 국민들에게 좋은 위안거리라며 목마를 성 안으로 끌고 간다. 그날 밤 트로이 성 전체가 전승 축제로 술과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고…. 그다음은 다들 아는 대로다.


어리숙한 '근시안'이라면 단박에 걸려들어
'트로이의 목마' 전술은 통상 비즈니스에서도 적용된다. 우선 현격한 우월적 지위나 역량 및 정보를 보유한 기업이 상대방 기업을 상대로 언뜻 보기에 놓치기 아까운 매력적인 내용만 앞세워 특정 계약이나 협정 체결을 유도한다. 이후 미리 예상한 상황 변화나 일정 시점이 도래하면 이점은 하나도 없고 예상치 못한 막대한 비용의 발생, 특허권이나 영업권 침해 피소 등의 상황을 상대 기업에 고의적으로 발생시킨다. 이 협상 전략은 거의 사기에 가까운 치명적 기만술을 말한다.

더욱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이러한 트로이의 목마를 구사하는 상대가 단독이 아닐 때다. 거대 기업 여럿이 국가 기관 및 정부와 연계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 쉽게 무시할 수 없는 합법성과 보편적 타당성을 제시해 별 탈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전략을 병행하면 군소 기업들은 물론 협상력이 부족한 한 나라의 정부도 걸려들고 만다.

유명한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OS)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거의 거저나 다름없는 저렴한 가격에 당시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IBM에 공급했다. 이를 통해 IBM 컴퓨터를 구입한 소비자는 MS가 판매하는 응용 프로그램 외에는 설치 및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결국 경쟁사 응용 프로그램이 더 우수하고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어쩔 도리 없이 MS의 프로그램만 쓸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IBM 컴퓨터 역시 MS의 윈도 OS 프로그램을 주력 기반으로 자사 연구·개발(R&D)을 오랜 기간 진행해 온 터라 더 이상 타 OS 프로그램을 주력으로 교체하기가 곤란해질 뿐만 아니라 컴퓨터 주변 기기 사업체까지 MS의 OS 프로그램을 채용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한마디로 MS가 세계시장을 석권한 것은 뛰어난 기술 덕도 있겠지만 IBM과의 사업에서 시행한 바로 '트로이의 목마' 전략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거래 상대방보다 더 뛰어난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방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시장 변화 및 기회 요인을 예측한 후 근시안적인 상대방에게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처럼 지금 당장은 달콤하기 그지없는 호조건을 제시, 합법적인 계약이나 협정을 체결한 후 이미 예측하고 있던 시점이나 상황이 도래하면 엄청난 추가 금액을 요구하거나 전혀 뜻밖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온다. 또한 '트로이의 목마' 전략은 기술 협약 및 영업 협력 조항에 묶여 거래처 변경이나 거래 종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통제력을 갖도록 만들어 주는 무시무시한 협상 전략이다.


박상기 글로벌 협상 전문가·한국뉴욕주립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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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4-04-25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