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타결 '류현진 협상' 비결은 박상기의 "협상은 영화처럼"

작성일2013/02/12 조회수4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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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지음 / 영림카디널 펴냄 / 1만 2000원

얼마 전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 선수가 구단과 벌인 협상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마틱했다. 계약 종료 기한이 불과 10분 남은 상황에서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이 문제가 됐고 결국 1분을 남기고서야 그 조항을 빼는 걸로 합의했다. 연봉에도 의견차가 있어 협상 종료 몇 초 전에야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한다. 류현진 선수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었던 비결은,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Take it or leave)’는 협상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현실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데 있다.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슈퍼 갑의 횡포에 울며 겨자 먹기로 불리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갑보다는 을의 입장에, 강자보다는 약자의 입장에 서기 쉬운 것이 평범한 우리의 삶이기에 협상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평범한 개인이 전문적인 협상 기술을 배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협상은 영화처럼 영화는 협상처럼>은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의 장면들을 통해서 협상 전략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

약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을의 입장에서 협상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상대방이 나의 제안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있을 때이다. 류현진 선수와 같이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로 나오면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신데렐라맨>에서는 강자에게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약자의 훌륭한 협상 전략이 등장한다.

<신데렐라맨>은 전도유망한 복싱 선수였던 제임스 브래독(러셀 크로우 분)이 부상으로 인해 부두 노동자로 전락했다가 다시 복싱 스타로 거듭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매니저인 조 굴드(폴 자아마티 분)는 브래독의 시합을 승인 받기 위해 프로복싱업계의 거물 흥행주인 존 스톤을 설득한다. 하지만 브래독의 전 경기에서 상대방 복서에게 돈을 걸었다가 날려버린 존 스톤은 이를 탐탁해 하지 않는다. 그러자 조 굴드는 브래독의 시합이 왜 필요한지 당위성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브래독하고 루이스를 다시 붙이는 겁니다. 루이스가 이기면 브래독에게 복수해서 좋고, 존 스톤 씨는 돈을 버는 거죠. 만에 하나 브래독이 루이스를 이기면, 래스키하고 붙게 될 거고 거기서 브래독이 지면? 당신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거죠. 한 마디로 브래독을 복귀시키지 않는 것보다 복귀시켰을 때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더 돈이 된다, 이 말씀이죠.”

상대방이 다른 거래를 선택하는 이유는 나의 제안 내용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즉,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 책임을 떠안아야 되는 것은 아닌지 안심이 안되고 불안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의 불안 요소를 파악하고, 그것에서 풀려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조 굴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존 스톤에게는 손해가 없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함으로써, 상대방의 심리적 저항을 무력화 시켰던 것이다.

우리가 모두 영화배우처럼 멋진 외모를 가질 수 없듯이, 일상 속에 이루어지는 협상들이 늘 영화처럼 명쾌하고 세련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과 사건이 우리 인생을 투영하듯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협상 전략은 우리에게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해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협상을 고민해본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협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면 협상의 기초 전략을 다룬 책과 함께 읽어 보기를 권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