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THE KING'S SPEECH 연설, 친구와 대화하듯이 하라!

작성일2012/03/26 조회수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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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로맨스로 알려진 이혼녀 심슨 부인과의 연정을 위해 갑작스레 왕위를 포기한 형 에드워드 8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라 제2차 세계대전의 전화 속에서 국민과 함께 영국을 지켜냈던 조지 6세(버티). 사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극심한 말더듬이 증세 때문에 연설 자체가 불가능한 인물이었다. 더욱이 어린 나이에 발작 증세를 앓다 사망한 동생을 떠올리며 자신의 말더듬이가 정신병의 징조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남몰래 고통스러워하는 소심한 남자였다.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2010)는 소심한 조지 6세가 호주에서 온 유별난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 말더듬이 교정과 스피치 훈련을 받으면서 전시 영국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훌륭한 군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대영제국 만국박람회 개최 기념 연설을 위해 대중 앞에 선 요크 대공, 버티. 그러나 첫 마디부터 고질적인 말 더듬기를 시작하더니 결국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연설을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영국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라디오 연설 장면에서 라이오넬은 긴장한 버티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라이오넬: 딴 건 다 잊고 날 보고 말하세요. 친구한테 말하듯이요.

버티는 연설 내내 라이오넬만 바라보며 원고를 읽어 내려간다.


친구 한두 사람과 대화하듯이 편안한 마음을 가져라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게 떨리고 힘든 이유는‘청중’때문이다. 낯선 청중의 수많은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몸은 굳고 숨은 가빠지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또한 수많은 청중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연설을 제대로 멋지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어떠한 실수도 저질러선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이다 보면 아예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특별한 대규모 대중 연설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연설이나 프레젠테이션은 마치 친한 친구와 일상사를 얘기 나누듯 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그래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아예 연단 앞에 가장 편안한 사람들을 앉히고 그들을 보면서 연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최고의 연설 테크닉이 사실 ‘자연스러움’이기 때문이다. 가장 친한 친구나 동료, 혹은 가족과 얘기할 때의 바로 그 자연스러운 태도, 자연스러운 표정, 자연스러운 발성, 자연스러운 제스처만 있다면 그 어떤 연설도 훌륭하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그러나 지나치게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유려하고 낭만적인 클래식 기타 연주로 잘 알려진 스페인의 기타 거장인 페페 로메로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당신처럼 뛰어난 거장은 연주 시작 전에 전혀 떨리는 게 없으시죠?” 로메로의 대답은 의외였다.“아뇨. 언제나 떨리고 긴장됩니다.” 그리곤 이렇게 덧붙였다.“긴장하지 않으면 실수합니다.”

영화는 상당 부분을 몽타주 기법으로 라이오넬과 버티의 연설 훈련 과정에 할애하고 있다. 하나 주의해 볼 것은 자신의 모국어인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알파벳 모음 하나 자음 하나의 발음 교정과 바르고 힘찬 발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그토록 정확한 발음과 발성에 집착하는 것일까?



정확한 영어 발음과 명료한 발성 (diction and enunciation)은 영어 연설의 기본이다.

<킹스 스피치>를 분석하면서 뇌리에 자꾸 겹치는 영화가 있었다. 바로, 청초한 오드리 헵번이 런던의 길거리에서 꽃 파는 아가씨 ‘일라이자’로, 그리고 랙스 해리슨이 까탈스런 언어학자 ‘히긴스 교수’로 열연한 1964년 작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였다. 런던의 최하층 서민인 일라이자의 잘못된 영어 발음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히긴스 교수의 대사를 살펴보자.

히긴스: 발음으로 형을 내린다면, 저 여자의 음절마다 죄목을 붙여 영어를 모욕한 죄로 교수형 감이오. (일라이자를 보며) 넌 영국의 불명예라고. 언어가 그 사람의 사회적 계급을 정하죠.

지방 소도시 잡화점 가게의 딸로 태어나 후일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 역시 자신의 배경과 사투리 발음 때문에 많은 곤란을 겪었다. 피아 파올리가 저술한 전기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란 책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다.

“ ‘말을 멋지게 하는 것도 하나의 의무예요’라고 말한 대처의 억양과 목소리에 대해 영국 사람들은 말이 많았다. 의회에서뿐 아니라 TV에서까지도 그의 목소리는 청중에게 감동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뿐이었다. 어떤 신문에서는 대처의 목소리에 대해 대서특필하면서, 상류 사회의 말투를 모방하려는 듯한 대처의 음률에 대해 냉소를 던졌다. 대처의 결점 많은 목소리는 그가 입을 열 때마다 그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그를 당혹스럽게 했는데, 훗날 그가 수상이 되도록 도와 준 고든 리스는 그에게 알맞은 훈련을 시켜 수상으로서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시켜 주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영국만큼 연설할 때의 억양을 중요시하는 곳은 없는데, 이 억양이 한 계급사회의 소속계층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거기서부터 차별이 생기는 것이다.”

영국인의 영어 발음과 발성에 대한 집착을 들려 주는 예라 하겠다.

조지 6세의 마지막 전쟁선포 연설을 들어 보면, 어눌한 말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설이 듣는 이들을 감동시키고 매료시킴을 알 수 있다. 원고 내용 혹은 스피치 테크닉보다는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조지 6세의 진정으로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온 마음을 다해 나라를 지켜내고자 하는 진실된 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영화 전편에서 뜬금없이 나타나는 조지 6세의 위트 넘친 유머가, 마지막 연설보다 필자를 더 사로잡았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한번 모아 보았다.

라이오넬의 손자가 보관하고 있던 일기에서, 버티가 라디오 방송 연설을 마친 직후 두 사람이 실제로 나눴던 대화라고 한다.

1. 언어 치료를 받기로 결심하고 라이오넬의 언어치료소를 찾은 버티.
라이오넬: 왕자님께서 먼저 운을 떼시면 시작하죠.
버티: 나 운 떼기… (심하게 더듬는다) 기다리다 도끼 자루 썩어요.


2. 왕이 된 후 라이오넬의 거처를 방문한 버티.
버티
: 왕 사과 받으려다 목 빠지는 수가 있소.


3. 왜 다시 찾아 왔냐는 라이오넬의 질문에
버티
: 다들 라디오 들으며 묵념하게 생겼거든요.


4. 전쟁 선포 라디오 중계방송을 30분 앞두고 최종 연습을 하면서
라이오넬
: 주저될 땐 좀 쉬고 속으로 기도하세요.
버티: 했는데 안 들어 주세요.
라이오넬 : 길게 쉬면 엄숙함이 더해지죠.
버티: 역사상 가장 엄숙한 왕이겠군.

(성공적으로 라디오 연설을 마치자)

라이오넬: 아직 W를 더듬어요.
버티: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좀 더듬어야 난 줄 알지.


자신의 약점과 실수를 농담의 소재로 삼아라

다른 사람의 약점이나 실수를 소재로 한 농담은 당장은 재미있을 수 있으나 결국 반감과 적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차라리 당신 스스로를, 그것도 실수나 약점을 농담의 소재로 삼아보라. 다들 한바탕 웃고 나면 당신의 약점이나 실수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특히 재치 있는 유머는 웃음뿐 아니라 탄성을 자아낸다. 그만큼 재치 있는 유머를 구사하기란 어렵다. 그러기에 탁월한 재치와 유머가 풍부한 사람은 인정받고 대접받는 것이다.

197cm의 장신에 비쩍 말랐던 아브라함 링컨과 160cm에 뚱뚱한 체구의 스티븐 더글러스가 상원의원 선거에서 합동 유세를 할 때였다. 더글러스가 링컨을 공격했다. “링컨은 말만 그럴 듯하게 하는,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입니다.” 링컨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음성으로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더글러스 후보가 저를 두고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러분께서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일 제가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면, 오늘같이 중요한 날, 왜 제가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 사람들은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약점이나 실수를 소재로 한 농담은 당장은 재미 있을 수 있으나 결국 반감과 적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얼마 전 스페인어가 국어인 한 남미 국가의 외교관과 함께 서울 시내 호텔에서 오찬미팅을 가졌다. 한 지인의 부탁으로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구리를 수입할 수 있도록 부탁하는 자리였다. 한국 사정에 밝은 노회한 외교관이자 경제학자이기도 한 그에게 어떻게 좋은 인상을 심어 얘기를 순탄하게 풀어가야 하나 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인사말로 던진 첫 번째 질문이 내 고민을 해소시켜 주었다. 그가 우리 일행에게 던진 질문은 “스페인어로 할 수 있는 말이 있느냐”였다. 나를 포함 우리 일행 가운데 스페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거의 10년 전 한 남미 친구한테 배운 한마디를 던져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할 수 있었다.

“제가 아는 스페인어는 이 한 마디밖에 없습니다. 키에로 베사르테(Quiero Besarte).” 남자가 여자에게 입맞춤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이후 식사를 진행하면서 남북한 문제, 자유무역협정(FTA),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얘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능한 자주 유머를 구사하려 노력했다. 점점 우리 두 사람의 다소 열띠고 유쾌한 대화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헤어질 때 우리는 그의 지원을 약속받을 수 있었고, 빠른 시일 내 다시 만나자며 기분 좋게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박상기 _ BNE 글로벌협상 컨설팅 대표. 연세대 협상학 겸임교수. 아시아 인스티튜트 부소장. 전 CJ미디어 국제협상담당 상무 역임. www.bneconsulting.co.kr



THE KING'S SPEECH
감 독 톰 후퍼
주 연 콜린 퍼스(버티 조지 6세)
제프리 러시(라이오넬 로그)
헬레나 본햄 카터(퀸 엘리자베스)
가이 피어스(데이비드 에드워드 8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