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in Movie] 眞心, 최고의 협상전략

작성일2011/12/19 조회수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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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in Movie]眞心, 최고의 협상전략

'그대를 사랑 합니다'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성공 커뮤니케이션의 첫 단추다.



어두운 겨울 새벽, 오르막길 꼭대기 파지 리어카 옆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파지 할머니 송이뿐. 무심하게 내려 쌓인 내리막 눈길을 리어카를 끌고 내려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은 듯 앉았다 섰다 하며 차가운 눈만 하릴없이 맞고 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올라오는 오토바이. 저번 그 우유배달 할아버지다. 그냥 지나치나 싶었는데 할머니 곁으로 다시 돌아와 멈추는 오토바이. 오토바이에서 내려 어느새 할머니의 리어카를 잡아 끄는 김만석.



송이뿐 (놀라며) 아니, 뭐 하시는 거예요?

김만석 (버럭) 아, 여기서 스케이트 탈 일 있어? 쪼끔 지나면 빙판 져서 못 내려간다구. 아이 뭐가 이리 무거워.

리어카를 끌고 밀며 함께 조심조심 빙판길을 내려 오는 두 사람.

송이뿐 괜찮으세요?

김만석 안 괜찮어. 허리 부러질 뻔 했네. 수고해.

송이뿐 운전 조심하세요.

김만석 임자나 조심해서 다녀. (몇 걸음 가다 미끄러지는 김만석)

송이뿐 괜찮으세요?

김만석 (넘어진 채 손사래를 치며) 아, 괜찮아, 어여 가.



비칠비칠 미끄러운 경사로를 올라가는 김만석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송이뿐 할머니의 입가에 오랜 세월 잊어 왔던 미소가 머금는다. 그제사 앞으로의 일을 암시하듯 영화의 제목이 흩날리는 눈을 배경으로 떠오른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만석의 협상전략: 나약하고 여린 모습으로 상대의 경계심을 허물어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후한 법이다.'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는 요즘, TV에서는 우리 주변의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 그리고 아프리카의 병들고 굶주린 아이들을 돕자는 자선 모금 방송을 종종 하곤 한다. 사람 사는 하늘 아래, 아직도 저렇게 몸서리치도록 참혹하고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 놀라고 마음 아팠다. 그리고 어느새 소액의 후원금을 내는 ARS 번호를 누른다. 안 누를 수가 없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갑과 을로 나누어 모의 비즈니스 협상을 실시한 적이 있었다. 어느 정도 협상이 진행돼 갑이 을을 압박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필자의 시선을 끄는 한 분이 있었다. 을의 역할을 맡은 40대 후반의 한 CEO가 갑의 강도 높은 협상이 지속되자 어느 순간 눈시울을 붉히며 감정에 북받쳐 목소리를 파르르 떨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왜 눈물이 안 나겠는가.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었겠는가. 그간에 쌓였던 설움과 역경의 기억들이 모의 협상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살아나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격하게 된 것 같았다. 갑의 역할을 맡은 상대 역시, 갑작스런 상대의 감정 표출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까스로 모의협상 실습이 끝나고 각 팀별 협상 결과를 집계했는데, 을로서 가장 좋은 협상 성적을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그분이었다. 교육을 종료하고 뒤풀이 자리에서 필자는 그 CEO에게 "아깐 좀 힘드셨나 봅니다"라고 넌지시 물어 보았다.

그런데 그분의 답변이 놀라웠다. "제가 협상할 때 종종 쓰는 방법입니다. 갑이 무작정 가격을 후려치려고 할 때, 사장인 제가 눈시울을 붉히고, 떨리는 목소리로 어려움을 하소연하면 의외로 많은 분들이 더 이상 심하게 몰아붙이지 않더군요." 그렇게 말씀하시던 CEO의 그 밝은 미소가 지금도 생생하다.

상대를 압도하는 힘과 자신감은 자칫 상대에게 두려움과 적개심만 불러 일으켜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약하고 상처받은 모습은 상대로 하여금 경계심을 풀고 측은한 마음을 일으킨다. 무리해서 억지로 강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말자. 차라리 더 힘 없고 더 나약하게 보이는 것이 성공 협상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송 씨 할머니에게 정성 들여 편지를 써 보낸 만석. 편지엔 인연 운운하는 서론으로 시작해 160번지 언덕길에서 6시에 만나자는 내용. 그러나 송 씨 할머니는 까막눈. 얼마나 망설였을까. 결국 주차장 장군봉 할아버지에게 창피를 무릅쓰고 편지를 대신 읽어 달라고 한다. 아뿔싸 이미 8시 반이라니. 급히 약속 장소로 달려가는 송 씨 할머니. 그리곤 만석에게 사실은 글을 모른다고 어렵사리 고백한다. 며칠 후 축대 위 허름한 송 씨 할머니 방 창문을 향해 돌을 던지는 만석. 창문을 여는 송 씨 할머니에게 대뜸,

김만석 시계 볼 줄 알지?

(고개를 끄덕이는 송 씨 할머니)

만석은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송 씨 할머니 창 안으로 던져 넣는다.

방바닥에 떨어진 편지 한 장.

김만석 그럼 또 봐.



뒤돌아서 걸어가는 만석의 뒤를 바라보던 송 씨 할머니는 가만히 만석의 편지를 집어 들어 펼쳐 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 까막눈 송 씨를 위해 만석은 약속 장소와 시간을 모두 알기 쉬운 그림으로 그려 놓았던 것이다. 멈출래야 멈춰지지 않는 정말 모처럼만의 기분 좋은 웃음이다. 돌아가던 만석도 송 씨 할머니의 방 창을 통해 들려오는 해맑고 커다란 웃음소리에 함박 미소를 머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던 길을 재촉한다. 만석의 그림 편지를 가만히 가슴에 꼬옥 끌어안는 송 씨 할머니. 만석의 서툴지만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 편지에 송 씨 할머니의 가슴이 아랫목처럼 따뜻하게 덥혀 온다.



만석의 협상전략: 상대의 언어로 대화하라.
'말이 통해야 마음이 통한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안 통하는 사람이 있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근데 말이 통한다는 상황을 잘 들여다보면, 내가 하는 말을 상대가 잘 알아 들으면 말이 통하는 사람이고, 내 말은 안 들어주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지칭함을 알 수 있다. 또한 말이 통하면 결국 마음이 통하게 된다. 인간은 결국 언어적 동물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인 까닭이다.

그러나 말이 통한다는 게 경우에 따라서 그리 쉬운 것이 아닐 수 있다. 똑같은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고도의 상황적 언어(high contextual language), 즉 같은 말이라고 상대와의 관계, 입장, 상황 등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지는 사회에서 언어는 단순한 사전적 어휘의 의미만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 아니오'와 같이 극히 단순한 의사표현마저도 상황에 따라 엄청난 해석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우리 말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언어로 대화하는 그래서 상대와 마음이 통하는 소통을 이룰 수 있는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은 없을까.

어린아이와 말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대화를 하기 전에 우선 어린아이와 나의 눈이 서로 편안히 마주 볼 수 있도록 나의 몸을 낮추는 것이다. 바로 진실한 '배려'의 마음인 것이다. 배려는 상대의 불안을 누그러뜨려 편안한 심리적 안정을 갖게 해준다. 따라서 따뜻하고 진실한 배려를 느낀 사람은 배려를 베푼 상대에게 감사와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고 싶어 한다.

요즘 '소통'이 대한민국 사회의 큰 화두다. '소통'이 제대로 안 되니 정치도 사회도 상호 불신과 비난이 난무하는 살풍경이다.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그리 쉬운가. '말'이 통한다는 말.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다.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말이 안 통하는 사람 때문에 골치가 아픈가.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지 말고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해 보자. '배려'. 성공 커뮤니케이션의 첫 단추다.


박상기 _ BNE글로벌협상 컨설팅 대표. 연세대 협상학 겸임교수
CJ미디어 국제계약협상 상무 역임. 협상칼럼니스트.위스콘신 MBA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