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터3 : 라스트 미션]약점이 없어? 없으면 만들어라

작성일2010/03/12 조회수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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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이 없어? 없으면 만들어라!

 

제작 뤽 베송
감독 올리베에 메가턴
주연 제이슨 스테이섬(프랭크 마틴 역), 나탈리아 루다코바(발렌티나 역), 프랑수와 벨레앙(타코니 형사 역), 로버트 네퍼(존슨 역), 에로엔 크라베(레오니드 바실레프 장관 역)

전편인 트랜스포터 2에서 은퇴를 선언한 후,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낚시나 드리우며 조용히 살아가는 프랭크 마틴(제이슨 스테이섬 분). 그러나 다국적 산업폐기물 처리기업인 '에코코프'의 사주를 받은 악당 존슨 일당은 '트랜스포터' 업계 최고의 실력자인 그에게 어떻게든 일을 맡기려 하나, 뛰어난 싸움실력으로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 프랭크 마틴.

▲ ⓒ프레시안

어쩔 수 없이, 결국 프랭크가 추천한 '말콤'에게 일을 대신 맡는 존슨 일당. 그러나 임무에 실패하고 총상까지 당한 말콤은 마지막으로 프랭크 집까지 도움을 청하러 왔으나, 차에서 내려져 앰뷸런스에 실려 가던 중, 그의 손목에 채워진 자동폭탄 팔찌가 폭발하며 숨을 거둔다. 그리고 곧 프랭크도 존슨 일당의 기습을 받아 정신을 잃고 만다.

▲ ⓒ프레시안

얼마나 잤을까? 존슨 일당의 아지트에서 눈을 떤 프랭크. 그러나 그의 손목엔 어제밤 말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똑 같은 전자팔찌가 이미 채워져 있는 게 아닌가? 송신기가 설치된 차량으로부터 20미터 이상 떨어지면 경고음과 함께 자동폭발하는 고성능 액상 폭약이 팔찌 안에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다. 이젠 임무를 수락할 밖에 어쩔 도리가 없구나 싶은지 잠시 고개를 떨군다.

존슨의 수락유도 협상전략 : 상대가 약점이 없으면, 약점을 만들어 내라.
(Create vulnerable weakness and sore spots to make the other side accept your proposal without resistance.)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라고 한다. 신이 아닌 이상, 사람이라면 한두 가지쯤 허물이 없을 수는 없단 말이다.

협상도 마찬가지다. 빈틈이 이라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는, 설혹 있다고 치더라도 결정타가 아닌 대수롭지 않은 강력한 협상 상대를 만나면, 협상도 해 보기 전에 기가 죽기 십상이다. 기껏 한다는 게, 어려운 사정을 불쌍히 여겨 조금이나마 은덕을 베풀어 주시기를 읍소하는 정도다. 이 정도 되면, 협상이라 부르기가 쑥스러울 정도다.

그러하다면, 과연 약점이 전혀 없는 상대가 존재할까? 답은 아니다 이다. 그리고 없는 게 아니라, 찾지 못했을 뿐이며, 제대로 협상훈련만 되면 그 누구와 협상을 하더라도 상대의 주장을 무력화 시키거나 최소한 약화 시킬 수 있는 약점 몇 가지는 예외 없이 찾아 낼 수 있다.

그리고, 그토록 안 보이든 상대의 약점이나 결점은 오히려 상대의 파워(Power)나 장점(Strength) 속에 감춰줘 있으며, 상대가 주장하는 사실 근거와 논리 속에서 의외로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비즈니스 협상 컨설턴트로서, 필자의 경험이다.

과거 독점적인 시장점유율과 높은 브랜드 파워를 내세우는 한편, 한국산 자동차의 품질과 낮은 브랜드를 트집잡으며 과도한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해 오는 유럽의 거대자동차딜러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뒤집고 우리 자동차 메이커가 주장하는 가격과 판매조건을 수용할 수 밖에 없게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 속에 숨겨진, 한국자동차 만의 가격과 품질의 비교 경쟁력과 타 업체대비 유리한 판매수익구조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의 약점을 찾아내고, 그에 따른 강력한 협상논리를 빈틈없이 제시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간혹 협상에 쓸만한 수준이나 내용의 약점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성공협상을 약속한 협상컨설턴트로선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경우엔 오히려, 상대가 우리의 약점으로 파악하고 있는 사항들 가운데, 우리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상대에게도 해악이 되는 사실이나 상황은 없는 지 꼼꼼히 살펴 본다. 易地思之(역지사지), 즉 상대의 입장에서 되짚어 보는 것이다.

적확한 예가 될지 모르겠으나, 한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국내 최대통신업체인 A사가 베트남 정부기관과 합작사업을 추진하다 난관에 봉착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별 진전을 보지 못하자, 해당 협상건에 대해 컨설팅을 시행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 온 이유여서 인지, 자신들의 부당한 처사가 분명한 계약사항 위반임을 뻔히 알면서도, 약속한 지급 기일을 번번히 넘기며 고객사의 속을 태우고 있었다.

어차피, 베트남이란 새로운 시장을 거머쥐려는 각국 통신사들간의 경쟁의 속성상 어지간해선 계약서니 법이니 하며 자기들의 심기를 건드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약삭빠른 판단이었지 않나란 추측이 들었다. 즉, 계약서고 뭐고 간에 시간만 보내면 우리측이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질 것이란 속셈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최근 A사는 베트남측의 지나친 지급지연을 국제기구에 중재(Arbitration)하겠다는 통보 메시지 하나로 협상의 전환을 맞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대한민국의 기업이 아무리 떠들어도 거들떠 보지도 않더니, 국제 중재기구에서 자신들의 비정상적이고 불미스런 계약위반 행태가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도저히 묵고 할 수 없었나 보다.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피폐한 기반산업과,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더딘 경제 성장이란 악재로 가뜩이나 해외 투자 유치가 위축된 마당에, 국제중재위원회에 이런 낯뜨거운 소송건이 올라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잘 써먹어 온 시간 지연 전략은, 졸지에 자신들의 숨통을 죄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의 약점이 없다고 생각될 때, 바로 그때가 약점을 만들어 내야 하는 때임을 기억하자. 그렇다고 너무 골치 아파할 필요는 없다. 제대로 된 협상훈련을 받았고, 일정 기간의 실무 경험만 있다면 어지간하면 역전 협상전략 한 두 가지는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뜻대로 협상이 안 풀리면, 그때는 외부의 도움을 청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존슨은 이코코프사로부터, 치명적인 독성을 띈 산업폐기물을 가득 실은 화물선단이 우크라이나 땅에 유해화물 수입검사 절차 없이 무사 통관 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정부의 환경청 장관으로 재직중인 레오니드 바실레프 장관을 협박하여 승인을 얻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상황이다. 그래서, 바실레프의 망나니 철부지 딸인 발렌티나를 유괴하여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출발 유럽의 절반을 가로질러 흑해에 위치한 오데사까지 '운반'토록 프랭크를 데려왔다. 그러나 프랭크에게는 이러한 사실은 숨긴 체 트렁크에 있는 보석 꾸러미가 운반 품목이라고 꾸며댄다. 이를 알리 없는 프랭크가 출발을 서두르며 차문을 열자 조수석에 말없이 앉아 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 ⓒ프레시안

프랭크 : (존슨을 바라보며) 한가지 잊어 셨나 본데, 난 혼자 일해.
존슨 : (애써 당혹감을 감추며) 동행을 좋아할 줄 알았지.
프랭크 : 나보고 일을 깔끔하게 해줬으면 하지 않았나?
존슨 : 네 말이 맞아! 일이 먼저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소녀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기려는 기세다.)
프랭크 : 잠깐! (존슨의 총든 팔을 슬며시 밀치는 프랭크)
존슨 : (짐짓 의외인듯) 왜, 규칙을 바꾸려고?
프랭크 : (씁쓸한 표정으로) 예외 없는 규칙 없잖소. 오늘이 그 한번의 예외요.
존슨 : 그래 대장 마음이지, 뭐! (안도의 숨을 삼키며 프랭크를 떠나 보낸다.)

존슨의 기만 협상전략: 나의 진짜 협상 목표를 숨겨, 상대로 하여금 헛다리 짚게 하라. (Conceal your real negotiation and goal and purpose.)

협상 준비과정에서 가장 핵심은 상대의 진짜 협상 목표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의 숨겨진 의도와 목표를 모르면서 협상을 하면서 성공적인 협상을 바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도, 결코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아무리 소규모의 협상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서너 가지의 협상사안은 있는 법이다. 협상 사안으로선 대표적인 가격, 제품사양, 수량, 지불조건, 운송방법 등 말고도 기술협력, 자본참여, 마케팅협력 등 너무나 다양한 사안들이 있을 수 있다.

비즈니스 협상이란 결국 이 수많은 협상 사안들, 그리고 협상하는 그 시점 상황의 특수성에 따라 변경되는 중요도와 우선순위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Critical) 협상 사안(Primary issues)에 있어선 자신이 원하는 최대치의 조건 으로 합의를 유도하고, 그외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사안들(Non-Critical Issues)에 대해선 상대와의 협상에서 주고받기식 맞거래 (Trade-off)로 절충 혹은 타협(Compromize)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비즈니스 협상 사안이라고 하면 흔히들 계약서 상에 나타나는 내용들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계약서에 계약항목으로 명시되는 계약서항목(Contractual negotiation items) 뿐만 아니라, 계약 외적인 협상 사안(Non-Contractual negotiation items)이 경우에 따라서 더 많을 수도, 그리고,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의 그간의 경험과 연구에 비추어 보면, 상당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이는 치명적인 약점이 눈에 들어 온다. 그 것은 다름아니라, 협상 준비 제1단계 과정인 협상사안 파악(Negotiation Issues Identification) 단계를 너무도 소홀하고 대충대충 하고 협상 준비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한미FTA 협상이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우리 정부 협상대표단의 일원이 기자회견장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말한 것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의 말인즉, 우리측 협상팀이 준비한 주요 협상 사안별 세부항목 수가 십여 개 정도라 한다면, 미국측이 준비해온 세부항목 수가 육칠십 개에 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식의 말이었다.

필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번 한미FTA협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이 정교하게 짜놓은 협상시나리오에 끌려 갈 수 밖에 없으며, 그 최종 결과도 미국에게 극히 유리한 내용으로 귀착될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그러한 결론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한미FTA협상에 대한 이해도가 우리 정부측 협상팀과 비교할 수 없 을 정도로 현격한 차이로 우세하다는 점이다.

흔히들 '아는 만치 본다' 라고 한다. 한가지 협상 사안을 두고서 그에 대한 세부내용을 대여섯 배나 더 많이 파악하고 있는 상대보다 우리가 무슨 근거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아니 대등한 수준이라도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가란 얘기다.

더욱이, 오랜 기간 각고 끝에 연구하고 준비한 수준이 그 정도인데 이제 협상은 이미 시작되었고 정해진 시간 내, 수 많은 협상 사안에 대해 주장과 반론을 치밀 한 사실 자료에 근거하여 정밀한 논리를 펼쳐 설득해야 하는 데, 언제 상대가 제시하는 추가 상세 이슈들을 하나하나 빈틈없이 검토하고 논리수립대응을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번째, 이 얘길 하는 필자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지만, 부재에 가깝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우리측의 협상 전략전술의 부족 혹은 부재를 꼽을 수 있겠다.

우리의 주장과 논리를 관철 시키기 위한 공격적 협상전략전술 그리고 상대의 주장과 논리를 반박하거나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방어적 협상전략전술을 유기적으로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그러자면, 상대가 무슨 협상사안을 어떤 사실과 논리를 바탕으로 어떤 협상전략전술을 구사해 올 지를 사전에 상당 수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즉, 세부 협상 사안 파악에서 조차 밀리는 형국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협상 전략 전술을 수립한다는 것은 애당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한가지 짚고 갈 게 있다. 통상 법규, 실무를 잘 안다는 것과 국제협상을 잘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이다. 즉, 관련 법규나 실무지식을 더 많이 안다고 해서 협상을 반드시 유리하게 이끈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협상력 자체가 뛰어난 사람이 약간의 정보나 지식의 열세에도 불구, 협상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부족한 정보와 협상전략전술을 보완해 가다 보면 막판에 전세를 뒤집을 확률이 더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성공적인 협상 준비와 진행을 위해, 협상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역할(Principal Negotiator), 해당 분야 전문 지식과 정보 지원(Specialist), 협상 전략전술 수립(Negotiation Strategist), 협상 진행감독 조정(Negotiation Coach), 그리고 최종 결정권자(Decision Maker)의 역할들을 가급적 분리하여 팀을 구성하고 진행한다. 그리고 그러한 팀 구성이 발휘하는 협상력은 가공할 정도로 막강하다.

이에 비해 우리정부나 기업의 협상시스템과 인력상황의 현실은 사실 척박하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와 얼굴을 맞대고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이, 어지간한 해당 분야 지식을 스스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아직까지 정부 조직 내 이렇다 할 협상 전문인력이 없는 관계로 협상전략전술도 어디 물을 데 없이 스스로 내부 인력과 머리를 맞대고 짜내야 하며, 이렇게 어렵사리 수립한 협상전략전술이 제대로 된 것인지 사전에 어디 속 시원히 물어 볼 데도 마땅치 않다. 한마디로 팔자에도 없는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안타까운 실정인 것이다.

상대는 그야말로 슈퍼 컴퓨터를 동원한 21세기 최첨단 장비와 전문인력으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된 드림 팀이라면, 우리는 몇몇 장수의 어깨에 기대어 전승을 기원하는 다소 시대에 뒤쳐지는 협상 시스템과 인력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결국 우리는 협상대표 한 두 명이, 마치 성서에서 양치기 소년 다윗이 3미터 넘는 거구의 골리앗을 돌팔매로 거꾸러뜨린 것과 같은 신출귀몰한 협상력을 펼쳐 주기만을, 그러한 천재적인 협상력을 갖고 있기를 비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협상대표들이 과연 미국이나 유럽의 협상 팀보다 개인별 협상력 자체가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제 우리 협상팀은 삼중고에 빠진 셈이다. 즉, 정보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마저 없는 마당에 개인별 협상력마저 우위를 확신할 수 없는 난처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결국, 미국측이 세밀하게 분류해 온 협상 사안의 세부 어젠다조차 역량부족으로 파악하지 못한 세부 협상 이슈가 준비한 이슈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봐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도록 수 많은 합의 문구 여기 저기 은밀하게 숨겨 놓은 독소조항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준비한 미국 협상 팀의 유도전략, 기만책 등의 치밀한 협상전략전술들을 어떻게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당초 양측의 초반 기 싸움과 자동차 관세를 중심으로 몇 가지 사안에 집중하여 상당부분의 협상시간을 다 소진한 탓에 막바지에 접어들어 주요 협상 사안과 타 협상사안들이 충분한 협의와 검토를 받지 못한 체, 부랴부랴 패키지딜(Package Deal) 방식으로 일사천리 진행 완료되는 것을 지켜 보면서, 미국측의 협상전략에 거의 농간 당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 기억난다.

정리하자면, 미국측의 전형적인 협상사안 교란 (Agenda Misdirection) 전술에 상당부분 말려 든 데다, 협상 마감시간에 쫓기고 정권 말 치적 쌓기 마지막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한미 양국 지도자와 행정부의 욕구가 우연찮게 맞불려, 미국에겐 기대 이상의 결과를 우리에겐 아쉬움을 넘어 여러모로 안타까운 협상결과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신문지면과 방송을 도배했던 한미FTA협상 성과 기사와 그간의 우리 협상팀이 펼쳤던 화려한 협상전략 홍보기사의 범람은, 국제협상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 '자발적 협상전략 노출의 향연'이었다.

그러나, 최근 UAE원전 수주 성공 기사들을 접하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 막 궤도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국제 에너지설비사업 비즈니스가 일부 인사들의 섣부르고 유치한 자화자찬으로 인해, 연이어 이어질 관련 비즈니스 협상에 해악을 끼치는 건 아닐까 가슴이 조마조마한 건 혼자만의 기우일까?

2010년이 밝았다. 세계 경제 침체란 먹장구름 아래지만, 온 국민의 살을 도려내는 고통과 노력 속에 플러스 성장 원년이 기대되고 있다. 이런 우리 모두의 노력과 희생이 덧없이 낭비되지 않도록, 수출 협상이든 구매협상이든 그리고 외교협상이든 모든 협상이 완벽하게 준비되고 수행되는 가운데 협상강국 원년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위스콘신 매디슨 MBA 졸업
연세대학교 협상학 겸임교수
CJ 미디어 국제협상담당 상무 역임
역서 : 협상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