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 슬럼독 밀리어네어
▲ 슬럼독 밀리어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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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가르쳐준 정답 B를 고민하는 자말. 그토록 믿었던 친형 살림마저도 자신을 속이고 버렸던 때문일까, 아니면, 결코 타인을 함부로 믿어선 안 된다는 것을 너무도 뼈 저리게 새길 수 밖에 없었던 그가 살아 온 그 험악한 인생 때문이었을까? 자말은 정답 D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자말을 탈락시키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겼으나 결국 실패한 사회자 프렘 쿠마의 두눈이 카메라의 렌즈를 피해 이글거린다.
애초 일자무식 빈민가 고아 소년이 그 어려운 문제들의 답을 정확히 댈 수 있다는 것은 사기라고 단정짓는, 아니 어쩌면 사기라고 믿고 싶어하는 퀴즈쇼 진행자 프렘 쿠마. 최고 인기 퀴즈쇼 진행자로서 만끽했던 자신의 인기와 위상이, 보잘 것 없는 한 빈민가 고아 녀석에게 하룻밤 새 빼앗겨 버렸다는 상실감은 그로 하여금 사악한 흉계를 꾸미게 만든다.
즉, 다음 날 최종 문제 방송을 앞두고 방송국을 나서는 자말을 영장도 없이 경찰에게 넘겨 조직적 사기행각임을 자백하도록, 그래서 이 퀴즈쇼의 주인공은 여전히 자말이 아니라 프렘 쿠마임을 확실히 보여주려는 속셈이었다.
▲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문도 모른 체, 경찰서로 끌려 온 자말은 밤새 갖은 구타와 전기고문까지 당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굽히지 않는다. 아침이 되자 본격적인 취조를 위해 이판 형사(이판 콴 분)가 등장하고, 사기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 모든 답들을 정확히 알고 있었느냐에 대한 심문이 시작된다. 영화는 한 문제 한 문제마다, 어젯밤의 퀴즈쇼 진행장면과 그 문제들의 답을 알 수 밖에 없었던 자말과 그의 형 살림(마다하 미탈 분) 그리고 그가 이 퀴즈쇼에 나와야만 하게 만든 연인 라티카(프리다 핀토 분) 세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오늘 현재까지의 가슴 쓰리고 참혹했던 삶의 얘기 속 실마리들을 절묘하게 매칭시키며 진행된다.
형사 이판 재밌어. 돈엔 관심이 없어 보이거든. 백달러에 얽힌 얘기를 해봐.
자말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도 모르게 점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는 이판 형사. 동시에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 속에서 이제껏 살아남은 자말에 대한 연민의 감정 역시 떨칠 수가 없다. 모든 얘기를 다 듣고 나자, 처음 자말에게 가졌던 혐의 의혹은 어느덧 사라지고, 이젠 연민의 정이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느낀다.
형사 이판 말릭씨, 당신은 거짓말 하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지나치게 솔직하시군요. 끝났습니다. 가보시죠.
2. 자말의 협상 전략 :
섣부른 협상 남발치 말고, 상대의 마음부터 빼앗아라.
(Empathy, irrational but irrecusable psychological temptation.)
흔히들 협상은 대단히 이성적(Rational), 객관적(Objective), 사실적(Factual)이며 논리적(Logical)이기에 비이성적인 감정이 협상 과정과 결과에 별 다른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생각하며, 협상에서의 감정(Emotion)적 협상전략에 대해 다소 무관심하거나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협상도 사람이 하는 것이며 사람은 이성적인 것만큼 감정적인 존재란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헨드슨 박사는 "협상 상대의 가슴 속에 숨겨진 열정, 가치관 혹은 개인적인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에 적절히 호소함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을 정도로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감정은 협상에서 또 하나의 파워(Power)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라고 피력하였다.
(Emotion is a power source when it can be effectively used to win over the other party's heart by appealing to her passions, values, or personal sense of what is right, fair and just.)
상대의 눈물샘을 자극하라. 누구나 살아 오면서 가슴 아픈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고생하시던 부모님,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고 깨져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쓰라린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 사업초기 자금난으로 속이 까맣게 타든 시절 고생하던 가족과 직원들의 기억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바로 그런 아득히 잊고 있던 가슴 쓰린 기억들을 일깨워 불현듯 가슴이 쓰려오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게 하든가, 아니면 일방적이고 가혹한 규정과 부당하고 불의한 처사에 맥없이 당하고 상처받게 될 당신을 모른 체 외면해선 안 된다는 의협심을 불러 일으켜, 당신을 두둔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모색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자극점(Psychological stimuli)을 직간접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 마디로 상대의 마음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당신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대는 더 이상 당신에게 해를 끼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제 당신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고와 희생이라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대상은 가능한 상대 측의 최고결정권자, 혹은 적어도 측근 실세여야만 제대로 된 실효를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주요 인물들에 대한 최근 동향이나 개인사를 사전에 꼼꼼히 챙겨보기를 귀찮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작은 키와 볼품 없는 용모, 게다가 프랑스 점령지 코르시카 섬 출신이란 장애를 극복하고, 프랑스의 황제가 되고 유럽의 황제가 되었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감정이란 어떤 상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있어 가장 영리한 방법이다."(Emotion is the wisest way to direct an organism.)이라고 그의 일지에 적어 놓았다고 한다. 협상에서 성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상대의 마음부터 빼앗아야 하지 않을까?
위스콘신 매디슨 MBA 졸업
연세대학교 협상학 겸임교수
CJ 미디어 국제협상담당 상무 역임
역서 : 협상의 심리학